[largesea님께서 쓰신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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ː위의 글 중간에 나온 '경제학이나 정치학 법학을 공부하는 여자들이 싫다고 (잘난척하고 기가쎄다고)노골적으로 말하는 한국남자들도 종종 봤고' 부분에 대해 할 말이 있어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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ː 제가 다니고 있는 곳은 수능배치표에서 제일 위에 있는 곳입니다. 수능성적 좋다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말을 참 싫어하지만, 어쨌든 보통 사람들의 생각에 따르면 이 곳은 제일 똑똑한 학생들이 다니는 곳입니다. 실질능력과는 상관없이 간판이 그 사람의 능력을 표상하는 대표적 공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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ː 제 주위에 있는 여학생들, 누나나 친구나 동생들이나 간에 참 좋은 사람들입니다. 오랜 시간 봐왔지만 제각기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하는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그래서 술 석 잔 얻어먹겠다는 사악한 심보를 가지고 여기저기 소개팅과 미팅을 주선하곤 합니다.그런데 아직까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답니다. 주선하려고 알아볼 때 흔히 듣는 말이 있습니다.
ː '똑똑한 여자는 기가 세서 다루기가 힘들어. 피곤하지 않겠냐?'
ː 법대 여학생들과 미팅,소개팅 하려는 남자들 찾기란 참 어렵더군요. 저희들끼리 농담조로 '법대 남자들은 우리 과에서부터 전문대까지 선택의 폭이 넓은데, 법대 여자들은 kaist나 의대 밖에 없다. 그러니 옆에 있는 같은 과 남자를 잡는게 현명한 선택이다.' 라는 말까지 할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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ː 돼먹지못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남자들이 있습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그런 남자들. 자기보다 똑똑해보이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에 못견뎌하는 그런 남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남자들은 자신보다 덜 똑똑한 여자들만 찾아다니고, 어떤 여자가 똑똑하다고 하면 어떻게든 흠집을 찾고 깍아내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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ː 이 글의 주제는 여자들이여 열심히 노력해서 그런 남자들의 편견을 박살내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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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님의 글을 읽다가 오히려 님의 글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경제학이나 정치학 법학을 공부하는 여자들이 싫다고 (잘난척하고 기가쎄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한국남자들도 종종 봤고' 부분에 대해 할 말이 있어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님의 글은 무엇인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더군요.

원래 글을 쓰신 분이 남자들의 편견에 대해 말한 것은 여자들이 배치표 상의 위에 있는 학과..소위 점수 높은 학과를 다니는 것을 안 좋게 본다는 것이 아닌것 같습니다.. 경제학이나 정치학 또는 법학과같은 딱딱하고.. 좀 더 큰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지는..혹은..남성중심적인(또는 남성중심적이었던) 전공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안 좋게 본다는 말이었죠. 하지만 님의 글은 님이 다니는 곳의 특수한 성격(딱딱한 분야이면서 배치표상의 점수가 높은 과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시다보니 논리가 어긋난 것 같군요. 님의 글은 경제학 등 딱딱한 분야를 전공하는 여학생들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난데없이 배치표 상의 점수 높은 과를 다니는 여학생들에 대한 남자들의 편견으로 흐르고 만 것입니다.

원래 웨슬리 여대의 경제학에 대한 글을 쓰신 분의 취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대에서는 영문학이나 신문방송학 등이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은 과일 것이지만 남자들이 그런 과에 다니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좋은 편견을 가지고 있으리라는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주위를 봐도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구요. 위의 이야기는 남성들이 점수 높은 과에 다니는 똑똑한 여성을 싫어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므로 님께서는 다소 잘못 해석하신 것으로 보이는군요 .

이야기는 오히려 다음과 같이 진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니는 경제학부와 수능기준 배치상의 점수가 비슷한 곳으로는 저희학교 내에서 외교학과나 영문학과, 언론정보학과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부의 여학생 비율은 10% 미만으로 여학생 비율이 50% 를 상회하는 위의 세 과들에 비해 턱없이 작습니다. 이것도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겠죠... 또, 저희 학교 내에서 의예과는 공대보다 점수가 조금 더 높지만 의예과에 있는 여학생 비율은 올해 50%가 넘었다는데 오히려 공대 여학생 비율은 20%가 채 안됩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할까요.? 단지 .. 수능점수가 높은 곳에다니는 여학생 들.. 말하자면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여학생들은 이 사회에서 살기가 힘들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까요? 물론, 이것도 아직까지..의 사회 분위기로 봤을 때, 얼마간 맞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위에서 들은 저희 학교의 문제..그리고, 웨슬리대의 경제학 이야기와 우리사회를 대비하는 글에서 지적하는 우리사회의 문제는 그것이 아닙니다.

성(gender)적인 의미에서의 봉건사회란 .. 본질적으로... 성에 따라 금기(taboo)시 되는 분야(field)가 있다는 것을 뜻할 것입니다. 말하자면 ..문제의 핵심은 여성들이 똑똑하거나 우수해가지고는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일하고 싶은 분야에서 가지고 싶은 직업을 가지는데 많은 사회적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겠지요. housewife, mailman..등의 단어는 무엇을 뜻합니까. 가정부라는 직업은는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해왔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며.. 우체부는 남성들이었다는 것을 뜻할 것입니다. 정치가, 경제관료 또는 경제학자, 공학도 내지 기술자 등의 직업은.. 여성들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선뜻 택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윗 글은 똑똑한 여성들의 문제로 뭉뚱그려서..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아직까지 사회적 제약을 안고 있는 분야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핵심에 보다 조금 더 근접하여.. 이 사회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