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부터 다시 학교를 나가기 시작했어요.
실러버스상 지난 주에 해야 했던 부분을 그냥 안 하던지 아님 한 주씩 미룰 줄 알았는데 ... 처음엔 인자하게 보이던 교수님들이 갑자기 지난 주 분량을 실러버스에 쑤셔넣으시더라구요... ㅠ.ㅠ

아무튼.. 도서관이 평지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개무량하여.. ^^
어차피 기숙사로 돌아와도 방에 TV도 없고, 비디오는 더더군다나 없고..
신문도 제대로 안 본지 어언 한 달쨉니다.. 허허...
인터넷으로 머리기사만.. (지오디에서 박준형이 빠질 뻔 했다면서요? ^^)
핸드폰 안 쓴지도 진짜 오래 된 것 같구..

아직도 남쪽 맨하탄에 사는 3000명 정도의 학생들은 기숙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제 친구를 포함하여 그네들은....지금 다 쉐라톤 호텔에서 묵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 및 뉴욕시가 돈이 많긴 많은가 봅니다....
그 학생들에게는 무료 음식 제공에, 교재 전부다 공짜로 다시 다 주고(1인당 약 50만원) 옷 사입으라고 다들 200$씩 줬답니다...심지어는 모든 학생들에게 필기도구며, 공책까지 다 주고, 쉐라톤 호텔에서 앞으로 2주정도 있을 듯해요... 연대서 온 친구도 거기 있는데 이번 주 주말동안 거기 놀러가야죠.. ^^

제 룸메이트 형부가 WTC에서 머니 브로커였는데.. 지인으로부터 들은 말에 의하면, 이 사건으로 맨하탄의 약 40% 정도의 음식점이 다 문을 닫을꺼라고 하네요... 상관관계는 정확히 모르겠다만서도 뉴욕시내의 그 많고 많은 음식점의 40%라면...

어제는 교환학생들을 다 불러모아서 저녁을 대접하면서 카운셀러 한 분 앉혀놓고 저희가 그 날 어떤 상태였으며,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돌아가면서 말하도록 시켰습니다. 어떤 애는 패닉상태에 돌입하여 암스테르담으로 되돌아갔다고 하더라구요.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도 모든 걸 다 이야기하고, 또 그걸 아주 진지하게 듣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인상깊었어요. 수업 때도 저희가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들리는 말을 해도 교수님은 정말 좋은 생각이라는 둥.. 자기는 미처 그런 방면으로 생각 못했다는 둥... 정말 그야말로 encouraging 하더군요.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일은, 사소하든, 큰 일이든 혼자 맘에 담아두면서 극복하도록 길러져서리.. ^^* 굳세도다 대한의 아들딸들이여..

아, 그 많은 학생들이 아직 기숙사에 못 돌아가고 있는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기숙사 안으로 유해 물질이나 유해한 공기가 들어갔을 수도 있으니까, 카펫이며 이불이며 학교 측에서 다 다시 제공해주고, 연구소에 의뢰해서 공기 검사를 진행시키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한동안 전기가 안 들어왔으니까 방마다 냉장고 청소도 다 해주고, 그 안에 있던 grocery까지 다 보상해준다고 하네요...대단한 나라야.......

학교는 정말 재미있는데 숙제와 리딩이 넘쳐나서 고생 좀 하고 있어요.. 맨날 에세이를 몇 페이지씩 써내야 하거든요..영문학 책도 하루에 200페이지씩 읽어야 하구.. ㅠ.ㅠ 여긴 거의다 소규모 수업들이어서 (대부분 20명 이내, 최대가 50- 한 교실에 이 이상 들어가는 것은 소방서 지침상 위법) 맨날 시키니까 안 해갈 수도 없어요. 주중엔 열심히 공부하고 주말에 앗싸리 노는 얘네들의 모습.. 그래도 보기 좋은 것 같아요.

지금 룸메이트가 어떤 이태리 남자가 데이트 신청했다고 지금 머리 드라이하구, 빨간색 드레스 입구 난리도 아니랍니다.. 이태리 남자에다가 아르헨티나에서 살다왔고, 오늘 라틴 댄스하러 가자고 그랬대요.. 라틴 댄스 할 줄 모른다고 웹 싸이트 찾아보고.. 너무 귀여워요. ^^

말이 길어졌네요. ^^ 선생님,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신거죠? 좋은 수업 진행하시구, 팬들 확보에 더더욱 힘쓰시구, 서울 날씨 많이 서늘해졌다고 들었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