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미국에서 동아리만 3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교환학생 가면 편히들 즐기고 오던데 저는 거의 잠을 제대로 자본 날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냈었어요.
- 댄스팀: 가장 먼저 도전했던 건 한국에서처럼 댄스팀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거친 3차까지의 오디션에 엄청난 실력자들이 몰렸습니다. 저도 다행히 멤버가 될 수 있었는데 저를 제외하고는 전부 백인들이었고, 그나마 외국인이 뽑힌 것도 창단이래 처음이라고 하더라구요. 대충 그 분위기를 아시겠죠?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도 여러 번 느꼈고, 때문에 나름 넉살 좋은 저도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 춤 동아리처럼 학년 별로 선, 후배 관계는 전혀 없구요, 그냥 단장과 부단장만 존재하고 학년 관계없이 학기별로 오디션을 봐서 매번 새로 모집하는 시스템입니다. 첫 공연 때 제 자리는 가장 뒷줄 가장 구석이었습니다. ‘메인’ 자리에 대한 욕심이 좀 생겨서 열심히 했더니 마지막 공연 때는 첫 째 줄까지 진출(!) 할 수 있었습니다. 팀 내 분위기가 워낙 살벌해서 개인적으로는 마음 고생도 좀 했지만 그래도 일단 실력이 있다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 도예동아리 : 이건 학부 동아리는 아니었고 대학원 도예전공 학생들이 주축이 된 스터디 같은 거였는데 제가 억지로 졸라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같이 살던 룸메 여동생의 남자친구(!)가 만든 걸 우연히 보고는 왠지 멋져 보여서 도전했습니다.
이건 정말 진심으로 엄청 많이 재밌었어요. 만들고 굽고 색칠하고 이러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새벽 네, 다섯 시까지 혼자 스튜디오에서 만들었던 적도 많았구요. (매일 잠도 안자고 도예에 빠져 살았더니 다들 제가 art major인 줄 알더라구요. 경제학 전공이라니까 거의 기절했습니다.^^;;;)
댄스팀과는 달리 경쟁이 필요한 동아리도 아니었고 아무래도 대학원생들 위주여서 그런지 분위기는 엄청 좋았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외국인 학부생은 저 혼자였지만, 오히려 그래서 애들이 더 좋아하더라구요. 틈나는 대로 도예를 하면서 음악도 듣고, 생각도 많이 하고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으로 이용했습니다.
- 문화교류동아리: 이건 일종의 문화교류를 가장한 먹고 마시고 노는 동아리였습니다. 거의 매주 한 번씩 모였는데 저 뿐만 아니라 각 전 세계에서 파견 온 교환학생들이 거의 대부분 참여했었어요. 토론도 하고 각 나라에서 가져온 음식도 나누어 먹곤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제가 이 동아리를 특히나 좋아했던 건 이 동아리만 유일하게 회식이 있었기 때문에 … ^^;;;
매주 금요일 모임이 끝나고는 거의 스무 명 가까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술도 마시러 가고 클럽도 가고 또 파티도 가고 했습니다. 열심히 활동을 하긴 했는데 정작 동아리 내에서는 무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하하하……..;;; 이 동아리 구성원 자체가 각 국 교환학생이었기 때문에 묘하게 통하는 게 많았습니다. 특히 남미 친구들은 술도 참 잘마시고(!), 춤도 참 좋아하고(!) 비슷한 점이 정말 많더라구요. 이들과는 정말 친해서 함께 여행도 다니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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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동아리 소개에 글을 잔뜩 할애한 건 제가 현지 유학생들이나 교환학생 친구들 보면서 좀 안타까웠기 때문이에요.
미국에 막상 도착해보니 한국인 커뮤니티는 그들만의 세계가 놀라울 정도로 강하더라구요. 덕분에 제가 여기저기 쑤시고 다녔던 동아리 전부 한국인은 저 혼자였습니다. (동아리 친구들이 저에게 종종 '넌 다른 한국인들 같지가 않다'고 했는데 이유인 즉슨 제가 한국인들하고만 붙어 있지 않아서라고 하더군요.)
처음에 영어, 당연히 불편하죠. 저도 외국인 전혀 없고 경쟁 살벌한 댄스팀 연습 때는 내내 혼자 입 꾹 다물고 있던 적도 많았습니다.(말도 안시켜주고, 어찌나 서럽던지요...ㅠ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 쓸 기회에 저를 계속 노출시켰더니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실력이 늘더라구요. 못 알아들어도 대처하는 요령도 생기고, 또 대부분은 외국인에게 호감이 많아서 제가 조금만 먼저 노력하면 참 잘 대해줍니다.
부디 이화 후배님들 교환학생 가시면 최대한 기회 많이 활용해서 다양한 활동 해보세요. 이렇게 저렇게 알게된 친구들, 경험들, 전부 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평생의 재산입니다.